[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7] A조, 독일 vs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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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에서 코스타리카를 4대 2로 완파하고 1승을 기록 중인 독일이 두 번째로 만난 상대는 에콰도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배수의 진을 친 폴란드였습니다.
사람들은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가 열리기 전, 언론은 독일과 폴란드와의 국민적인 감정을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하며 두 나라의 경기를 마치 전쟁으로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의 침공으로 국가가 초토화된 경험이 있는 폴란드로서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경기장 밖에서 독일과 폴란드의 응원단이 충돌하는 바람에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이 과거에 당했던 아픈 상처를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요? 유럽의 한일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독일보다 폴란드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폴란드가 불리했습니다. 우선 객관적인 전력상 독일이 앞서 있었으며, 독일은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이로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간판 선수인 클로제와 포돌스키가 폴란드 출신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는 또 다른 흥미를 던져주었습니다. 실제로 클로제는 폴란드 대표팀으로 뛰어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독일 대표팀에 뽑히기를 원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과연 폴란드 출신의 클로제와 포돌스키가 어떠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면서 그러한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었습니다. 그들은 과거에 폴란드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독일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순간에는 독일인으로 독일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독일의 우세 속에 폴란드의 선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의 줄기찬 공격은 번번히 폴란드의 수비와 골키퍼에게 막혔습니다. 수차례의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독일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후반 30분경 폴란드의 라도스와프 소볼레프스키가 클로제를 막다가 저지른 반칙이 두 번째 옐로우 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폴란드는 남은 15분을 열명이서 뛰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숫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공격했지만 좀처럼 폴란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적인 골키퍼 두덱 대신에 선택된 폴란드의 골키퍼 아르투르 보루츠는 날카로운 독일의 공격을 온몸을 던져서 막아냈습니다.
전후반 90분이 다 끝나고 추가시간에 접어들면서 폴란드는 무승부의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습니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독일의 자존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승부라도 폴란드에게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90분동안 독일에게 무관심했던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에 독일을 보고 웃었습니다.
교체 맴버로 들어간 독일의 뇌빌이 오동코어의 패스를 문전으로 미끄러지듯 달려들면서 밀어넣은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독일의 16강 진출을 거의 확정짓는 골인 동시에, 폴란드의 16강 탈락을 확정짓는 골이 되었습니다.
폴란드로서는 다른 어떤 팀들보다 독일만큼은 이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90분동안 최선을 다해서 뛰었고, 후반 30분 이후부터는 열명이서 사투를 벌였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였던 그들로서는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경기에 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력의 차이를 정신력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과 시청한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독일보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최선을 다한 폴란드의 플레이를 인상깊게 생각할 것입니다.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승패를 떠나서 월드컵이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히 승리자의 모습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패배자의 모습도 아름답다는 것을 독일과 폴란드 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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