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독일에게는 절대 지기 싫었지만... 실력의 차이가...'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7] A조, 독일 vs 폴란드

=-=-=-=-=-=-=

개막전에서 코스타리카를 4대 2로 완파하고 1승을 기록 중인 독일이 두 번째로 만난 상대는 에콰도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배수의 진을 친 폴란드였습니다.

사람들은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가 열리기 전, 언론은 독일과 폴란드와의 국민적인 감정을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하며 두 나라의 경기를 마치 전쟁으로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의 침공으로 국가가 초토화된 경험이 있는 폴란드로서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경기장 밖에서 독일과 폴란드의 응원단이 충돌하는 바람에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이 과거에 당했던 아픈 상처를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요? 유럽의 한일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독일보다 폴란드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폴란드가 불리했습니다. 우선 객관적인 전력상 독일이 앞서 있었으며, 독일은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이로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간판 선수인 클로제와 포돌스키가 폴란드 출신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는 또 다른 흥미를 던져주었습니다. 실제로 클로제는 폴란드 대표팀으로 뛰어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독일 대표팀에 뽑히기를 원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과연 폴란드 출신의 클로제와 포돌스키가 어떠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면서 그러한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었습니다. 그들은 과거에 폴란드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독일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순간에는 독일인으로 독일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독일의 우세 속에 폴란드의 선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의 줄기찬 공격은 번번히 폴란드의 수비와 골키퍼에게 막혔습니다. 수차례의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독일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후반 30분경 폴란드의 라도스와프 소볼레프스키가 클로제를 막다가 저지른 반칙이 두 번째 옐로우 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폴란드는 남은 15분을 열명이서 뛰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숫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공격했지만 좀처럼 폴란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적인 골키퍼 두덱 대신에 선택된 폴란드의 골키퍼 아르투르 보루츠는 날카로운 독일의 공격을 온몸을 던져서 막아냈습니다.

전후반 90분이 다 끝나고 추가시간에 접어들면서 폴란드는 무승부의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습니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독일의 자존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승부라도 폴란드에게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90분동안 독일에게 무관심했던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에 독일을 보고 웃었습니다.

교체 맴버로 들어간 독일의 뇌빌이 오동코어의 패스를 문전으로 미끄러지듯 달려들면서 밀어넣은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독일의 16강 진출을 거의 확정짓는 골인 동시에, 폴란드의 16강 탈락을 확정짓는 골이 되었습니다.

폴란드로서는 다른 어떤 팀들보다 독일만큼은 이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90분동안 최선을 다해서 뛰었고, 후반 30분 이후부터는 열명이서 사투를 벌였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였던 그들로서는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경기에 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력의 차이를 정신력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과 시청한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독일보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최선을 다한 폴란드의 플레이를 인상깊게 생각할 것입니다.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승패를 떠나서 월드컵이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히 승리자의 모습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패배자의 모습도 아름답다는 것을 독일과 폴란드 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승점 2점을 도둑맞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6] H조, 튀니지 vs 사우디 아라비아

=-=-=-=-=-=-=

축구의 제3세계로 불리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그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돌풍의 주역으로만 등장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팀이 의외로 선전하는 경우를 돌풍이라고 합니다. 원래부터 잘하는 팀은 돌풍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에게 고전하거나 패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2006년 독일월드컵의 조별 1차 리그의 마지막 경기인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축구의 제3세계 사이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별 1차 리그에서 아프리카는 전멸했으며, 아시아는 한국이 유일하게 1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프리카 국가와 대결해서 얻은 1승이기 때문에 유럽과 남미의 양강 구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전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튀니지가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10경기에 25골을 넣을 정도의 화끈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별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는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당시에 강호 멕시코를 3대 1로 꺾고, 서독에게 0대 0으로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로 검은 돌풍을 일으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중동 축구의 맹주이며 아시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고 합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 첫 출전하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그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했지만, 선수들 대부분이 해외 경험이 없어서 월드컵과 같은 커다란 경기에서 제기량을 발휘하는데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역예선 성적이 전문가들에게 별로 어필이 되지 않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축구 수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를 무시하는 유럽과 남미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지만 실력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H조의 첫 경기에서 스페인이 우크라이나를 압도하며 4대 0으로 완승을 거두자 갑자기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튀니지는 전반 24분 지에드 자지리의 발리슛과 함께 먼저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전의 상황은 튀니지의 승리를 예감할 수 있도록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후반에 접어들면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후반 12분 알 카타니의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후반 들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경기를 주도해 나가며 동점을 이룬 사우디 아라비아는 결국 39분경 노장 알자베르의 역전골로 승리를 눈 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전후반 90분 경기가 끝나고 추가 시간에 접어들자 사우디 아라비아의 응원단 역시 승리를 예감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추가시간에 튀니지의 수비수 라디 자이디의 헤딩슛은 침몰하는 튀니지를 패배의 늪에서 건져내었습니다. 경기 결과는 2대 2... 양팀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나란히 승점 1점을 얻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비겼지만 내용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쉬움이 튀니지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다 이긴 경기를 추가시간에 날려버린 마르쿠스 파케타 사우디 아라비아의 감독은 마치 승점 2점을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승부는 우크라이나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비록 스페인에게 4대 0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앞으로 스페인전과 같은 무기력한 경기를 계속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화려한 부활...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5] H조, 스페인 vs 우크라이나

=-=-=-=-=-=-=

스페인이 H조의 톱시드를 받은 것은 피파랭킹의 덕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6년 5월 현재 스페인의 피파랭킹은 미국과 같은 5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높은 피파랭킹에 비해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그동안 스페인이 보여준 모습인 것입니다.

스페인은 지금으로부터 56년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며, 그 이후는 항상 8강과 16강의 언저리에서 맴돌았습니다. 특별히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무승부를 기록한 후에 승부차기로 탈락한 팀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항상 월드컵이 시작될 즈음 우승 후보군에 속하다가 16강전과 8강전이 진행되면서 고개를 숙였던 스페인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위한 지역예선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수모를 겪으면서 천신만고 끝에 본선 티켓을 배정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축구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언젠가는 진정한 실력에 맞는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선수들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A와 함께 유럽 리그의 3대 빅리그로 뽑히는 자국의 리그(프리메라리가)를 통해서 유능한 선수들과 뛰어난 경기력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왔습니다.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인은 유능한 선수 한 두명이 아니라 팀에 소속한 선수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스페인이 2006년 본선 첫 경기에서 만난 팀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였습니다. 이 나라가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안드리 솁첸코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의 존재 때문입니다. 또한 유럽의 지역예선에서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지은 팀이라는 이미지는 2006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다고 하지만 뭔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은 팀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인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아프리카의 튀니지와 아시아의 사우디 아라비아가 한조가 되어 겨루는 H조는 스페인과 우크라이나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크 호스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상막하의 대등한 경기가 예상된 두 팀간의 경기는 의외로 스페인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시작과 함께 스페인의 활발한 공격은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비 알론소의 헤딩으로 1점을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17분 상황에서 다비드 비야가 추가골을 성공시켜 스페인은 2대 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전반을 2대 0으로 끝냈지만 게임의 흐름은 완전히 스페인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우크라이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보로닌을 투입시켜 잠깐 공격을 시도했지만, 곧이어 스페인의 토레스가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수비수 블라디슬라프 바슈크가 반칙을 범해서 페널티킥이 선언되면서 바슈크 또한 레드카드로 퇴장까지 당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페인이 얻은 페널티킥은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던 다비드 비야가 키커로 나서서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스코어를 3대 0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스페인의 공격은 계속해서 날카로움을 보여주었고, 반면 우크라이나는 시종일관 무기력하고 무딘 공격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솁첸코는 스페인의 수비수의 밀착 마크로 인해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후반 16분 보로닌과 28분 레브로프의 슛 이외에는 거의 공격도 못했으며, 경기의 양상은 스페인에게 끌려다니면서 철저하게 농락을 당하는 분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스페인은 후반 36분경, 수비수 푸욜이 상대의 공격을 차단시키고 골문을 향해 달려드는 토레스에게 헤딩으로 패스해 주었고, 토레스가 완벽한 승리를 자축하는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 등장한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역예선을 제일 먼저 통과한 팀이라는 이미지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솁첸코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작용되어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월드컵과 같은 커다란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는지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관록의 스페인에게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다가 4대 0이라는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완벽하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부상에서 회복이 되었지만 아직 정상의 컨디션은 아닌듯한 솁첸코를 선발로 출장시키는 필승의 전략을 세웠지만 스페인의 선수들의 공수전환과 수비가 우크라이나보다 월등하게 앞섰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공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4대 0의 스코어도 다행으로 생각할 정도로 끌려다니며 치욕의 패배를 당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TV에 잡힐 때마다 마치 눈이 풀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스페인은 지역예선을 힘들게 통과했지만 우크라이나보다는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스페인이 무적함대의 명성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06년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완벽하게 승리로 장식하면서 화려하게 부활을 예고한 것입니다.

특별히 H조의 경기 결과가 우리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할 경우에 H조의 팀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어느 팀이 상대하기 편한가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결과 조 1위가 예상되는 스페인은 비록 4년전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 이겼다고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가급적 16강 상대로 만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야 합니다.)

H조의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었던 스페인과 우크라이나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예상밖의 결과를 보여준 것은 튀니지와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MBC의 방송을 보면서 한가지 흥미로왔던 사실은 후반전 중반에 너무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몰리게 되자 차범근, 차두리 해설위원과 김성주 아나운서는 경기의 내용을 중계하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들 가운데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의 감독의 심정에 대하여 차범근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의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하면서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하였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브라질, "아직은 몸이 덜 풀렸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3] F조, 브라질 vs 크로아티아

=-=-=-=-=-=-=

월드컵을 이야기하는데 브라질을 빼놓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존재는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강의 팀이 바로 브라질입니다.

삼바축구의 브라질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당시의 주역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카푸 등의 초호화 맴버는 이름만 들어도 상대편 수비수들에게 엄청 부담스러운 존재들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는 최강 군단 브라질이 속한 F조는 유럽의 신흥 강호 크로아티아, 히딩크의 호주, 그리고 일본이 속해 있습니다. 이미 조추첨 결과가 나오자마자 브라질은 제외시켜놓고 나머지 16강 진출 티켓 한 장을 놓고 세 팀이 겨루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브라질은 시작부터 조별리그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팀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은 언제 어떠한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참가국들은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비록 16강 진출이 좌절된 국가조차도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조별리그는 16강 진출이 확정된 팀들보다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의 첫 상대는 크로아티아는 처녀 출전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단번에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세대교체의 실패로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에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어 2006년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을 7승 3무의 전적으로 통과하여 다시금 1998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네티즌이나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진출을 예상하고 있지만, 호주나 일본의 전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F조의 상황인 것입니다. 이미 호주가 일본에게 3대 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승점 3점을 얻은 상황에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는 피할 수 없는 결전에 돌입했습니다.

경기의 결과는 카카의 결승골을 지켜낸 브라질의 1대 0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의 축구팬들로서는 브라질이 얻은 1점이 너무 초라해 보였습니다. 경기의 내용 또한 브라질로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크로아티아가 브라질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만회골을 넣기위해서 줄기차게 브라질의 골문을 향해 나아갔지만 마지막 단계에서의 섬세함이 부족해서 결국 1점차로 아깝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특별히 호나우두를 비롯한 쟁쟁한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를 지켜보기위해 몰려든 관중들이나 시청자들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브라질의 선수들에 대해 조금 실망스러운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호나우두는 몸이 무거워보였고, 중원에서도 조직력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조직적인 면에서는 브라질보다 한 수 위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브라질은 아직 몸이 덜 풀린 것 같습니다.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점점 제 컨디션을 회복할 것이고 아직은 서로간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은 것도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나아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상대로 결정된 크로아티아가 호주나 일본보다 행운인지도 모릅니다.)

브라질의 다음 상대는 일본을 격파하고 상승세를 탄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팀입니다. 히딩크의 마법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났을 때는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가 벌써부터 새로운 흥밋거리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 올립니다.

프랑스, 월드컵 본선 네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기록하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3] G조, 프랑스 vs 스위스

=-=-=-=-=-=-=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우승, 2000년 유럽선수권 우승, 2001년 컨페더레이션컵 우승 등으로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최강이라는 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당하게 됩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골도 넣지 못하고 16강 탈락이라는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프랑스였는데, 그 이후 프랑스는 종이호랑이와 같은 모습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또한 프랑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프랑스답지 않은 성적(5승 5무)으로 진출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팀이었습니다.

‘아트사커’의 명예회복을 선언한 프랑스가 본선 조별리그에서 처음으로 상대하게 된 팀은 공교롭게도 유럽지역예선에서 같은 조가 되어 두 번이나 싸운 경험이 있는 스위스였습니다. 두 번의 대결은 0-0, 1-1로 막상막하였다고 합니다.

스위스는 지역예선에서 프랑스에 밀려 2위를 차지한 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3위인 터키를 따돌리고 본선행을 확정지은 팀입니다. 스위스 하면 1994년 스포르챠와 사퓌자의 활약으로 16강 진출할 당시가 전성기라는 말을 하지만,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팀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대결은 프랑스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휘슬이 울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양팀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경고가 난무하는 가운데(심판이 너무 쉽게 경고카드를 꺼냈음) 소득없이 0-0 무승부를 이루고 말았습니다.

이 경고는 양 팀의 나머지 경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조별리그가 갈수록 치열해진다고 가정할 때 경고 누적으로 세 번째 경기를 뛸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선수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받은 경고를 잘 고려하면서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앙리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프랑스는 2002년의 세경기를 포함해서 월드컵 본선 네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보기드문 기록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아직 추가로 갱신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9일 한국과의 경기, 23일 토고와의 경기를 남겨놓은 프랑스가 과연 무득점을 언제쯤 탈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가 스위스와 무승부를 이루는 바람에 G조의 순위는 토고를 꺾은 한국이 승점 3점으로 선두로 나서게 되었으나, 어찌보면 한국으로서는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전개된 듯 싶습니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토고보다는 한수 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한국은 나머지 두 경기를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양팀의 감독들은 서로 나름대로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비긴 것이 아니라 서로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긴 것이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두 팀이 강팀이기 때문에 비겼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머지의 경기 결과가 입증할 것입니다.

물론 한경기의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강팀일수록 조별리그보다는 16강전 이후의 일정에 맞추어 컨디션을 조절하기 때문에 조별리그 첫 경기만을 놓고 해당 팀의 16강전 진출 이후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조별리그 통과는 모르겠지만 16강을 넘어 8강 이상의 팀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승리는 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2-2] G조, 대한민국 vs 토고

=-=-=-=-=-=-=

2006년 독일월드컵이 시작되고 우리나라는 토고와 첫 경기를 방금 끝냈습니다. 조추첨이 끝난 직후부터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전력을 분석하고 가상의 평가전을 거치고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처음에는 생각처럼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몰라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소 무거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경기 직전 감독이 대표팀을 떠났다가 복귀한 토고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좋아보였습니다. 이것을 보고 혹시 연막작전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반전의 상황은 다시금 1998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답답함이 떠나지 못했습니다. 최강 미드필더진이라는 박지성, 이을용, 이영표의 플레이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수비도 불안해서 마음을 조리면서 손에 땀을 쥐면서 전반전을 시청해야 했습니다.

내내 공격다운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끌려다니던 전반 31분경 드디어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상대 공격수 모하메드 카데르 쿠바자가 우리편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파고들면서 선취골을 성공시켰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별경기를 치르면서 선제골을 넣은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두다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전반전을 끝내야 했습니다.

후반전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었습니다. 박지성의 돌파를 저지하던 토고의 수비수 아발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입니다. 아발로의 퇴장으로 얻은 프리킥을 이천수가 찬 공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숫적 우세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고,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27분경 안정환이 역전골을 성공시켜 스코어는 2대 1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숫적인 열세의 토고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간혹가다 역습을 시도하는 토고의 돌파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미드필드부터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했고, 수비수는 자주 토고의 공격수를 놓쳤습니다.

시청자들은 내심 추가골을 기대했습니다. 10명이 뛰는 토고는 점차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대 1의 스코어에 만족하려는 듯, 우리나라의 플레이는 점차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볼을 우리편 진영에서 돌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습니다.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으며, 간혹가다가 패스의 부정확함 때문에 오히려 실점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대 1의 스코어를 그대로 지켜서 귀중한 원정 경기 첫승을 거두었지만, 내용상 많은 부족함을 나타낸 경기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 이을용, 이영표의 모습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방 스트라이커로 뛴 조재진 역시 이렇다할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김남일의 교체로 미드필드에서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은 것은 중원 싸움이 경기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수비의 불안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무더운 날씨에 상대편 공격수를 막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수비수가 한순간 방심하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렸을 때 일순간에 경기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 봅니다.

승리는 했지만 부족함이 많이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승점 3점은 얻었지만 앞으로 남은 두 경기는 분명 토고보다는 훨씬 강한 상대임이 분명합니다. 분명히 힘든 싸움이 예상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고전에서 보인 부족한 모습을 하루빨리 보완해서 당당하게 정면으로 돌파하는 태극전사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비록 졌지만 토고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토고 대표팀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대한민국, '2002년의 영광을 다시 한번...'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2-1] G조 대한민국 월드컵 준비과정 돌아보기...

=-=-=-=-=-=-=

안방에서 벌어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폴란드, 포르투칼) 1무(미국)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후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연장 혈투 끝에 2대 1로 격파하고, 8강에서 스페인에게 승부차기승을 거두어 꿈의 4강에 진출했습니다. 준결승전에서 독일에게 0대 1로 아쉽게 패한 이후 다소 김빠진 3·4위전에서 터키에게 2대 3으로 패했지만 '4강 진출' 그것은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홈그라운드라는 상황이 여러 가지 변수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방에서의 성적이 진정한 실력이었는가에 대한 세계인의 시선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어떠한 플레이를 보여주는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 월드컵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무한한 기대 속에 한편으로는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홈그라운드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원정 월드컵에서는 4무 10패의 초라한 성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2006년 월드컵에서 원정 경기 승리는 물론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떠올랐으며, 네티즌들은 16강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는 애국적인 생각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물론 국가대표팀에 대한 신뢰는 필요하지만 다분히 분위기에 휩싸여서 맹목적인 신뢰(맹신)는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킬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영웅으로 떠오른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담이 없을까요? 내가 보기에는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 엄청난 기대를 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던 국가대표팀은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내면서 고개를 숙였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에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솔직히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2006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2006년 월드컵을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02년의 성적이 그대로 2006년 성적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국민들과 축구대표팀을 떠나지 못했고, 결국 감독이 여러차례 바뀌면서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해 졌습니다.

결국 마치 수험생이 시험이 임박해서 족집게 과외를 받는 것처럼 단기간에 팀의 분위기를 바꿔줄 사람을 찾았고, 그 대안으로 물망에 떠오른 사람이 지금의 아드보카트 감독이었습니다. 쿠엘류, 본프레레를 거쳐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대표팀을 정신적으로 재무장시켰고, 다시금 국민들은 2002년과 같은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고국을 출발하기 전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을 통해서 화려한 출정식을 가진 대표팀은 이후 두차례 평가전(노르웨이, 가나)에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줘 국내의 축구팬들의 마음을 조리게 했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인 토고의 전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고, 감독의 돌출행동 등으로 토고 자체의 상황이 어수선한 만큼 우리도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결전의 시간은 점점 다가왔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가 임박하면서 매스컴은 토고전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민들 또한 토고전은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토고전 패배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토고전을 앞두고 국민들이 무조건적인 승리에만 집착하는 맹신적인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승리에 대한 확신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토고를 맞이해서 주눅들지 않고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바램이 더 클 것입니다.

2002년에 우리나라가 보여준 투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떠한 팀을 만나더라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우리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태극전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2006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당당한 모습 그 자체인 것입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이탈리아, "수비 위주의 경기에서 벗어나라!"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1] E조, 이탈리아 vs 가나

=-=-=-=-=-=-=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항상 우승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던 이탈리아는 수비가 탄탄하기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수비를 빗장수비(카테나치오)라고도 하는데, 수비 위주의 축구는 어쩌면 이탈리아의 축구를 제자리걸음하도록 만드는 걸림돌이 아닐까 생각해 볼수도 있습니다.

흔히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의 축구는 공격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중원(미드필드)을 장악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수비에 치중하는 팀들이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고전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오랫동안 습관이 들어버린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탈리아는 탄탄한 수비에 비해서 공격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탈리아가 명실상부한 최강의 팀이 되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강화하는 전술을 집중적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조의 이탈리아가 처음 맞이한 상대는 아프리카 지역예선을 통과한 가나였습니다. 가나는 이번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팀이지만 다른 국제 대회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팀이며, 지난번 우리나라의 토고전을 위한 평가전 상대가 된 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평가전 때 경험한 가나는 확실하게 강한 팀이었습니다. 세계의 축구 전문가들도 가나를 월드컵에서 사고칠(?) 준비가 되어 있는 팀(복병, 다크호스)으로 꼽았습니다. 가나와 같이 처음 출전한 팀들은 자신들의 플레이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 당황하거나 실수를 하기 쉽습니다.

이탈리아는 가나와의 경기에서 공격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수비도 나름대로 녹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나가 못했다기보다는 이탈리아가 훨씬 잘했기 때문에 2대 0이라는 스코어가 나왔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탈리아가 얻은 두 개의 골 중에 첫 골은 전반전이 끝날 무렵인 40분경 코너킥의 상황에서 안드레아 피를로가 성공시킨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골은 후반전이 끝날 무렵에 가나의 수비수가 골키퍼에게 연결하려던 백패스가 공교롭게도 빈첸초 이아퀸타에게 연결이 되어 골로 연결되었습니다.

가나전에서 보여준 이탈리아의 모습은 비록 피파랭킹은 같은 조의 체코나 미국에 뒤지지만 톱시드를 배정받을만한 실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탈리아가 쏜 슈팅 18개 중에서 골문을 향해서 날아간 슈팅이 14개라는 것은 그만큼 공격에 있어서 집중력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가나는 졌지만 14개의 슈팅을 날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대 0의 스코어가 보여주듯이 14개의 슈팅 중에서 골문을 향해서 날아간 슈팅은 고작 4개라는 사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정교함은 떨어졌지만 가나로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능성만 보여주다가 조별리그를 마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음번 경기를 통해서 아프리카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예전처럼 무작정 리드를 지키기 위해서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이탈리아가 조금은 낯설지만, 점차 변화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 속에서 언제까지 전통적인 수비력만을 자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탈리아 자신으로서도 알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 우리나라와 16강전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이탈리아는 1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지키기 위한 전술을 사용하다가 종료 직전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과 연장 사투 중에 안정환의 머리에서 나온 골든골로 무릎을 꿇은 적이 있습니다.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진정한 우승후보의 대열에도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이탈리아가 가나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모습이 나머지 경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면, 이탈리아의 전력에 대한 평가는 상향 조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체코, "우리는 이 순간을 16년간 애타게 기다려왔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0] E조, 체코 vs 미국

=-=-=-=-=-=-=

피파랭킹 2위, 동유럽 최강의 체코는 1990년 이후 16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고 합니다.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도 번번히 본선 티켓을 놓치던 체코가 2006년 월드컵에 천신만고 끝에 본선행 티켓을 얻었습니다.

지역예선에서 네덜란드(10승 2무)에 밀려 9승 3패의 성적으로 2위에 머물러 노르웨이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이김으로 어렵게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34살의 네드베트는 유로 2004 준결승에서 그리스에게 패한 후 대표팀을 떠났다가, 월드컵 지역예선 노르웨이와의 경기에 복귀하여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코가 속한 E조는 톱시드를 배정받은 이탈리아와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 북중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미국이 속해 있는 또 하나의 ‘죽음의 조’라고 부를 수도 있는 조였습니다. 체코의 조별리그 첫 상대로 예정된 팀은 피파랭킹 5위의 미국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이 진정한 피파랭킹 5위인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겠지만, 미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팀으로 북중미 예선에서 멕시코를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었습니다.

피파랭킹 2위와 5위의 대결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었지만 16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체코는 승리에 굶주려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5분만에 얀 콜레르의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한 체코는, 동점골을 넣기 위한 미국의 공격(28분 레이나)이 골대를 맞는 불운으로 불길한 징조를 보이는 가운데, 36분 로시츠키의 25m 중거리 슛이 작렬하면서 2대 0으로 달아났습니다.

후반전에도 밀고 밀리는 접전이 있었지만 미국의 공격이 체코의 체흐 골키퍼를 뚫지 못하고 로시츠키가 추격의 의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쐐기골을 성공시켜 점수 차이는 3대 0으로 더 벌어졌으며 이 점수는 그대로 경기의 결과가 되었습니다.

체코는 이번 경기에서 피파 랭킹 2위가 결코 허풍이 아님을 증명했으며, 34살에 월드컵에 데뷔한 네드베트는 첫 출전에 감격적인 승리로 운동장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체코가 16년동안 월드컵 본선 무대를 갈망했던 것처럼, 월드컵 역시 체코와 같이 화려하게 등장하는 팀을 기다려왔을 것입니다. 이제 조별리그가 점차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독주체제를 막기 위한 새로운 팀들에 대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가지 체코로서 아쉬운 것은 주공격수 콜레르가 전반 종료 직전에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었습니다. 부상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진단은 체코의 남은 경기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02년부터 보여준 미국의 실력은 솔직히 들쭉날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체코와의 경기를 생각하면 대단히 실망스러웠는데, 한가지 전반 28분에 골대를 맞힌 레이나의 슈팅이 만약 성공했더라면 경기의 분위기는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체코가 미국과의 경기만큼 남은 경기에 임한다면 보기드문 명승부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하루빨리 패배의 기억을 잊고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지만 실점 3점에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모습을 쉽게 잊어버리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히딩크 신화는 어디까지인가?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9] F조 호주 vs 일본

=-=-=-=-=-=-=

거스 히딩크를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루어낸 히딩크 감독이 호주 감독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사람들은 물에 빠진 호주가 히딩크라는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의 플레이오프를 통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예상을 깨고 히딩크 감독은 승부차기 연습까지 시키면서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결과는 1승 1패... 히딩크 감독의 예상대로 승부차기를 통해서 호주는 월드컵의 땅 독일에 갈 수 있는 티켓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조추첨이 끝났을 때 히딩크 감독의 호주는 세계 최강 브라질, 신흥 강호 크로아티아, 얄밉지만 떠오르는 아시아의 강호 일본과 한조가 되었습니다. 브라질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리 없다는 것을 가정할 때, 과연 크로아티아, 일본, 호주 중에 어느 나라가 16강에 진출할 한 장의 티켓을 거머쥘 것인지 축구팬들의 예상은 일치하지 않고 저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F조의 첫 경기인 일본과 호주와의 경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안드는 일본에 대해서 히딩크 감독의 호주가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만의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방 출장으로 혼자 남아서 집을 지키는 아내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본과 호주의 경기를 지켜보았고, 일본이 1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신경질나서 TV를 끄고 잤다고 했습니다)

하필이면 일본과 호주와의 경기가 있는 날, 지방(대전)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몸은 대전에서 회의를 하고 있지만 머리는 계속해서 월드컵 생각에 오전과 오후의 회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위원회 회의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스텝 회의를 하는 가운데 온통 관심은 일본과 호주의 경기에 가 있었습니다. 밖에서 TV를 보는 사람들의 응원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회의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갑자기 회의장 밖에서 아쉬운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궁금한 나머지 나가보니 일본이 선취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이 TV에 보였습니다. 골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데 명백하게 골피커 차징이었습니다. 일본의 공격수가 공을 잡기 위해 뛰어오르는 호주의 골키퍼를 밀었던 것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한골을 먹은 것처럼 아쉬워했고, 일본의 골이 정당하지 못했다며 억울해 했습니다.

후반전까지 밖에서 아무런 소리가 없어서 1대 0의 스코어로 경기가 끝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나가보니 호주가 39분경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이 TV에 잡혔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우리나라가 한골을 넣은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다시금 회의를 진행하는 데 다시 밖에서 환호성이 터졌고, 나가보니 호주가 두 번째 골을 넣은 것입니다. 기쁜 마음에 흥분을 억누르고 다시금 회의를 진행하는 데 다시 환호성이 들렸습니다. 3대 1의 스코어였습니다.

이때쯤 회의의 주제는 갑자기 축구로 옮겨졌고, 히딩크 감독이 일을 낼줄 알았다는 말과 함께 일본의 패배가 이렇게 기쁠 수 없다는 말, 이러다가 히딩크 감독이 브라질도 잡는 거 아니냐는 말 등 이런 저런 이야기로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밖에서 또 다른 함성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호주가 한골을 더 넣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함성소리는 경기가 끝나고 골 장면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과정에서 TV에서 나온 함성소리였습니다.

일본은 선취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후반 39분 이후에 세골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뼈아픈 1패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하이라이트로 호주가 승리하는 감격적인 장면에 늦게나마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스컴의 보도로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이 뛰어났던 경기였다는 평가도 들었습니다.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2002년에 4강으로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2006년에 1승은커녕 한골도 넣지 못한 호주의 감독이 되어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신화를 향한 첫 신호탄은 일본에게 1대 0으로 지고 있던 가운데 3골을 몰아넣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입니다.

호주로서는 남은 두 경기는 오히려 일본전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 신흥 강호 크로아티아는 호주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히 앞선 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2002년 포르투칼,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세계 4강의 신화를 이룩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주는 오히려 브라질이나 크로아티아보다 부담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는 전력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기면 본전, 지면 대망신이라는 부담으로 경기에 임할 것입니다.

아직 첫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팀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거스 히딩크가 보여준 용병술과 경기를 읽는 능력은 팀의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히딩크의 마법이 일본을 격침시켰다는 표현이 나왔겠습니까?

일본으로서는 자국에서 벌어진 한일월드컵에서만 승리한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2006년 월드컵을 통해서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고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이제 남은 경기에서 전패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