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4년 제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1964년 동경올림픽이 열리기 4개월 전, 유럽 축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제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스페인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1962년 칠레 월드컵 결승전(6월 17일)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지 사흘 뒤인 1962년 6월 21일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경기로 시작이 되었다. 월드컵 우승을 남미에게 빼앗긴 유럽으로서는 공백기간 없이 ‘유럽선수권대회’를 통해서 자기 수련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회는 유럽의 각 나라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며 승자가 다음번 라운드에 진출하는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하였다. 거의 2년에 걸친 기나긴 여정 끝에 최후로 남은 4개의 나라(헝가리, 스페인, 덴마크, 소련)가 한 자리에 모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되었다. 이들은 1964년 6월에 스페인으로 집결했다.


# 헝가리,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비록 월드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헝가리는 강력한 팀이었다. 월드컵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럽선수권 재패를 위해 출발한 헝가리의 상대는 웨일즈였다. 홈경기(11월 7일)에서 헝가리는 3-1로 가볍게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다. 다음해 3월 20일, 헝가리는 웨일즈의 홈구장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두 번째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다.


헝가리의 두 번째 상대는 동독이었는데 동독은 월드컵 준우승팀 체코슬로바키아를 누르고 한껏 사기가 올라 있었다. 월드컵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게 패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던 헝가리로서는 동독을 맞이하여 적지에서 2-1로 승리를 거두고 홈경기에서는 3-3으로 비기며 월드컵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게 패한 것을 간접적으로 설욕하며 세 번째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다.


다시금 해가 바뀌어 올림픽의 해가 밝았다. 헝가리는 유럽챔피언과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1964년 4월 25일, 잉글랜드와 불가리아를 제압하고 올라온 프랑스를 적지에서 3-1로 제압한 헝가리는 5월 23일, 홈에서도 2-1로 승리를 거두며 스페인에서 열리는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 스페인,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다


스페인의 첫 번째 상대는 동유럽의 루마니아였다. 스페인은 홈경기에서 6-0으로 대승을 거두었으나 원정경기에서 1-3으로 패해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첫 번째 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했다.


스페인의 두 번째 상대는 폴란드를 따돌린 북아일랜드였다. 스페인은 1963년 5월 30일, 홈경기에서 1-1로 비기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10월 30일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고 두 번째 라운드도 무사히 통과하였다.


준준결승에 오르기 위한 스페인의 마지막 상대는 아이슬란드와 오스트리아를 꺾고 올라온 아일랜드였다. 스페인은 1964년 3월 11일 홈경기에서 5-1의 대승을 거둔 후에, 4월 8일 원정경기에서도 2-0으로 승리하고 결승 토너먼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 덴마크, 비교적 약한 상대를 만나다


축구 초창기 역사에서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덴마크는 오랜 기간 침체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1960년 올림픽 준우승을 계기로 다시금 옛날의 명성을 얻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그들의 실력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고, 이번 대회에서는 비교적 대진운이 좋아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덴마크의 첫 상대는 약체로 지목되는 몰타였다. 덴마크는 홈경기에서 6-1로 승리하고 원정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첫 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덴마크의 두 번째 상대도 역시 약체로 꼽히는 알바니아였다. 덴마크는 홈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하고 원정경기에서는 의외로 0-1로 패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두 번째 라운드도 통과할 수 있었다.


덴마크가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마지막으로 만난 상대는 룩셈부르크였다.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무대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약한 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는데, 네덜란드를 1승(2-1) 1무(1-1)로 제압하며 파란을 몰고 온 팀이었다.


덴마크는 두 번에 걸친 룩셈부르크와의 경기에서 모두 다 무승부를 기록하여 재대결을 치른 결과 1-0으로 간신히 승리하여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 디팬딩 챔피언, 소련


첫 번째 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한 디팬딩 챔피언 소련은 두 번째 라운드에서 강호 이탈리아와 격돌하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터키를 6-0, 1-0으로 연파하고 첫 번째 라운드를 통과한 팀으로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그러나 골키퍼 야신이 버티고 있는 소련은 1963년 10월 13일 모스코바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고, 11월 10일 적지인 로마에서 1-1로 비기며 두 번째 라운드를 통과하였다.


소련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상대는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1958년 월드컵 준준결승에서 소련에게 패배를 안겨준 팀으로 노르웨이와 유고슬라비아를 꺾으며 올라온 팀이었다.


1964년 5월 13일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긴 소련은 5월 27일 모스크바에서 3-1로 스웨덴을 물리치며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 스페인, 유럽 축구의 정상에 서다


헝가리와 스페인, 그리고 덴마크와 소련의 대결로 좁혀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6월 17일에 준결승이 진행되었다.


올림픽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던 헝가리는 개최국 스페인을 만나 힘겨운 싸움을 치르게 된다. 전반에 한골을 빼앗긴 헝가리가 후반 종료를 5분 남겨놓고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내어 연장전에서 역전승을 노렸지만 홈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은 스페인이 결승골은 넣으며 2-1로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하였다.


디팬딩 챔피언 소련과 덴마크의 경기는 소련의 우세가 미리 점쳐진 경기였다. 그동안의 전적을 놓고 본다면 덴마크는 비록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약체들로 지목된 팀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 전력상 소련보다 낮게 평가되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소련이 3-0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라 개최국 스페인과 우승을 다투게 되었다.


3-4위전으로 밀린 헝가리는 덴마크를 맞이하여 전반 11분에 베네(Ferenc Bene)가 선취골을 넣으며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4년 전 올림픽 준결승에서 2-0으로 헝가리를 이긴 바 있는 덴마크는 후반 종반에 뒷심을 발휘하며 동점골을 넣는 데 성공한다. 양 팀은 결국 1-1로 무승부를 기록하고 연장전에 돌입하였다. 헝가리는 4년 전에 비해서 실력이 향상되었지만 덴마크는 제자리 걸음을 한 것 같았다. 결국 헝가리가 연장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3-1로 승리하여 3위를 차지하였다.


6월 21일,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부 경기장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스페인은 전반 6분에 테미뇨(Jesús María Pereda Ruiz de Temiñó)가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나갔지만, 2분 뒤인 8분에 쿠사이노프(Khusainov)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후 양팀은 연장전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종료 5분을 남겨놓고 스페인의 카오(Martinez Cao)가 결승골을 넣으며 소련을 2-1로 제압하고 새로운 유럽챔피언으로 등극하게 된다.

[월드컵 이야기 13] 아쉬움을 남긴 국가들
[제2회 월드컵] 패자도 할 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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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선전 무대가 된 제2회 이탈리아 월드컵은 개최국 이탈리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는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며 우승했지만 남미 국가들의 소극적인 자세는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 되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4강에 진출한 체코슬로바키아, 독일, 오스트리아는 충분히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최후의 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이탈리아의 우승을 부러워하는 자리에 머물렀다.

제2회 대회부터 한 경기만 패해도 탈락하는 토너먼트 제도로 대회가 운영되었다. 한 순간의 실수는 곧 탈락이었기 때문에 각 팀들이 경기에서 갖는 부담감은 상당히 컸을 것이다. 힘들게 본선 무대에 올라서 단 한 경기만 치르고 머나먼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 16강 : 아르헨티나, 브라질, 프랑스

제2회 대회가 토너먼트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경기에 패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던 팀들도 있었다.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전력을 갖고 있었지만 첫 경기에 패하면서 더 이상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일찌감치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제2회 월드컵의 남미 대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정예 선수를 참가시켰더라면 제2회 대회의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이 2진을 구성한 이유는 유럽의 국가들에게 자국의 유능한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었고, 제1회 대회 당시에 유럽의 국가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있었다. 비록 2진으로 구성된 팀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개최국 이탈리아가 이들의 실력을 두려워하여 경기장을 먼 곳에 배치하는 꼼수를 쓸 정도였다.

대회 직전 아르헨티나의 유능한 선수(몬티, 오르시, 구와이타)가 이탈리아 대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아르헨티나로서는 더 이상 자국의 유능한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2진을 구성하여 출전시켰다. 비록 2진으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16강에서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만나 후반 30분까지 2-1로 리드하며 8강 진출을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경기의 집중력과 뒷심 부족, 골키퍼의 능력 부족으로 후반 32분과 36분에 내리 두 골을 빼앗기며 2-3으로 역전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한편 브라질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레오디나스, 데브리토(훗날 펠레의 스승)가 중심이 된 브라질은 공격력에 있어서는 최강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수비력에 있어서는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본선 첫 경기를 스페인과 치른 브라질은 그야말로 수비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공격에만 치중하였다.

스페인 진영에는 공격을 위해 투입된 브라질의 선수와 수비에 치중하는 스페인 선수로 가득했고, 브라질 진영에는 선수들이 거의 없는 현상까지 발생하였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여덟 개의 팔을 가진 선수’라는 별명을 가진 스페인의 골키퍼 자모라의 선방과 스페인의 역습에 3골을 빼앗기고 한 골만 만회하며 1-3으로 무릎을 꿇고 탈락하였다.

제1회 대회에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분투를 삼켰던 프랑스는 시작부터 강력한 우승후보 오스트리아를 만나고 말았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뒤졌지만 프랑스는 제1회 대회처럼 전혀 주눅들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오스트리아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프랑스는 어쩌면 오스트리아를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오스트리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로서는 억울한 일이고 오스트리아로서는 다행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진델라의 패스를 받아 골을 성공시킨 지알의 위치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으나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한 것이다. 결국 제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또 한번의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 8강전 : 헝가리, 스웨덴, 스페인, 스위스

8강에 진출한 팀은 헝가리, 스웨덴, 스페인, 스위스였다. 이들은 각기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독일과 맞붙어 4강 진출을 노렸지만, 승리의 여신은 상대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헝가리는 16강전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인 이집트를 4-2로 격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헝가리가 8강에서 만난 상대는 과거 하나의 국가를 이룬 바 있는 오스트리아였다. 양 팀은 또한 실력으로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팀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후반 초반까지 0-2로 끌려가던 헝가리로서는 후반 22분 사로시가 한 골을 만회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곧바로 공격수 마르코스가 퇴장당하는 바람에 숫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2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스위스는 지역예선에서 제1회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와 한조가 되었다.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스위스는 지역예선에서 제1회 대회 4강 진출국 유고슬라비아를 탈락시키며 조 1위로 당당히 본선에 합류했다.

본선 16강전에서 강호 네덜란드를 맞이해서 키엘홀츠의 두 골과 아베글렌 3세의 결승골로 3-2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하였다. 8강에서 만난 체코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16강전과 마찬가지로 키엘홀츠와 아베글렌 3세가 한 골씩을 넣으며 선전했지만 결국 2-3으로 역전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본선에 오른 스페인은 16강에서 남미의 강호 브라질을 만났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의 파상공격을 스페인의 골키퍼 자모라의 선방으로 막으며 기습공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3-1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하였다. 8강에서는 개최국 이탈리아와 만났는데, 양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하여 재경기까지 치르며 결국 이탈리아에게 0-1로 패하고 탈락의 쓴 잔을 마시게 되었다. 스페인으로서는 이탈리아와의 재경기에서 골키퍼 자모라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북유럽의 스웨덴은 제1회 대회 준우승팀 아르헨티나와 16강에서 만났다. 2진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스웨덴으로서는 초반에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하였다. 스웨덴의 뒷심은 후반 30분 이후에 발휘되기 시작하였다. 요나손이 32분에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크룬이 36분에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아르헨티나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8강전에서는 독일의 호만에게 연속으로 두 골을 빼앗기며 1-2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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